자고 일어났더니 내 휴대폰에서 시체 사진이 발견됐다!
‘누가 언제 찍은 사진일까? 설마 내가 한 짓은 아니겠지?’
이 광고 문구를 보고 혹해서 읽어본 책!
광고에서 흥미를 확 끈 것에 비해서 사건의 풀이는 느긋하면서 길을 잃는다.
반전이라고 할까? 모든 등장인물에게 의심의 화살을 돌렸다가 사실은…! 과거에 이런 일이…! 로 마지막에 몰아쳐 풀이하는 추리는 아무리 납득이인 나라도 좀 짜게 식어버림.
추리할만한 떡밥이 없진 않았는데 직관으로 추리하던 주인공이라 비호감 스택이 쌓여있어서 ㅎㅎ…
의뢰인이 비밀로 해달라고 했는데 곧바로 전남편(이자 경찰인) 시드니에게 전화해서 같이 해결해보자 하는데서 ‘이게 맞아?’ 하면서 긴장감이 확 풀림
추리과정에서 (초능력을 쓰듯이) 주변이 멈춘 가운데 의심스럽게 느껴지는 부분을 예리하게 관찰하는 장면이 많은데 BBC 셜록 보는듯했다.
좋게 말하면 눈에 그리듯이 묘사해서 영상화하기 좋아보이고 나쁘게 말하면 캐릭터성을 위해 무리수를 둔 것 같음.
보통 탐정 캐릭터는 냉정하고 이성적이니까 그와 반대로 감성적이고 엉뚱한 추리를 하기도 하면서 멘탈이 흔들리는 모습의 주인공을 의도한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나는 사건이 해결되는 과정보다도 주인공인 율리아 스타르크의 과거사가 더 궁금했다.
‘시드니가 배신했다는건 어떤 사연일까?’ ‘왜 이혼을 했을까?’ ‘비행기 사고 이후로 어떤 트라우마가 있었을까?’ ‘시드니와의 관계는 어떻게 될까?’ 하는 궁금증은 잔뜩 안겨주고 전혀 대답을 안해주고 끝나버림. 아니나다를까 시리즈 1편이었다.
떡밥 회수는 2편에서 다 되긴 하려나? 한 권 전체에 힌트를 뿌려놓고 아무것도 안풀어준걸 보니 율리아 스타르크라는 인물로 얼마나 큰 그림을 그리고있는지 가늠도 안된다…
사건 전개와 과거사 풀리는 게 유기적으로 연결되어있다면 더 몰입이 될텐데, 사건과 율리아 개인 떡밥이 따로 흘러가니까 살인 사건 풀이에 초점을 두고 있으면 율리아라는 탐정이 너무 사랑에 미친 사람같고 율리아라는 인물이 궁금한 입장에서는 사건에 집중이 안됨.
또 율리아에게는 이 살인사건 해결이 그냥 시드니와의 재결합을 위한 수단일뿐인 느낌이 들었다.
한 권의 책 분량의 사건을 해결하면서 주인공에게서 내적 성장이나 변화가 느껴져야 잘 마무리됐다는 생각이 들고 주인공에도 호감이 가는데 그런 변화를 느낄 수 없어서 아쉬웠다.
율리아의 첫 사건이 만하임 사건일 필요가 있었을까? 만하임 사건을 풀어줄 탐정이 율리아일 필요가 있었을까?
율리아의 이야기는 떡밥만 뿌리다가 끝나서 맥이 빠졌다. ‘율리아 스타르크 시리즈 1’이라는 문구를 읽었다면 끝까지 읽지 않았을텐데...!
탐정이 꼭 이성적이고 냉정해야한다는 법은 없지만 주인공의 매력을 충분히 느끼기 전에 끝나버려서, 이 책을 읽으면서 생긴 궁금증을 풀기위해 굳이 후속편 찾아읽고 싶지는 않다.
읽으면서 의미심장한 부분이나 어떻게 풀릴지 기대되는 부분은 하이라이트 해뒀는데 전자책 동기화 안된 상태에서 삭제해서 다 날아갔는데 딱히 아깝지 않다.
불만족스러운 부분을 잔뜩 늘어놓았지만 좋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었다.
표지부터 강렬한 초록색이 눈을 끄는데, 숲으로 둘러싸인 목재기업 재벌이라는 배경과 광활한 숲 속의 만하임 저택이 책을 읽는 내내 시각적으로 잘 연상돼서 작품의 분위기가 좋았다.
또 율리아만의 독특한 추리법은 텍스트로 읽기보다 영상화했을 때 더 와닿을것같아서 넷플릭스 제작이 확정되었다는게 납득이 된다.
내 노력으로 읽는 게 아니라 흘러가듯 시청한다고 생각하면 꽤 괜찮은 영상물이 될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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